상사병(여행기록) (Inst.)
作曲 : 조영민
3박 4일 여행 일지. [상사병, 잠 못 이루는 밤]
요란하게 구르는 케리어 바퀴 소리가 꼭 들뜬 내 마음 같다. 어디서 그렇게 시끄러운가 했더니 마음이었다. 괜히 들킨 것 같아 재빨리 어른스러운 척을 했다. 그렇게 여행이 시작됐다.
공항이 주는 설렘이 있다. 이곳은 늘 설렌다. 비행기와 여행, 외국이라는 단어가 주는 떨림은 도저히 표현할 방법이 없다. 아참, 이번 비행에서 가장 떨렸던 순간은 과연 내 옆자리에 누가 앉을 것인가 하는 거였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고 하지 않았나.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는 건 아닌가 하고 살짝 기대했다. 왠지 기분 좋은 이 느낌! 두근두근 발걸음을 옮겨 지정된 좌석을 향해 가는데, 아. 하필 커플이다ㅠㅠ 그래도 비행기를 타고 타지로 가는 기분은 변.함.없.다. 먼 하늘을 가까이서 볼 기회. 그래도 하늘은 아득하기만 하더라.
간사이공항에 도착해서 미리 구매한 라피트 표를 들고 열차를 타러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 내가 일본에 도착한 시간이 퇴근길과 겹쳤다. 대체 어디가 어딘지 몰라 눈, 발, 생각 모든 것들을 정신없이 굴려 날을 세우며 주위를 보니 바쁜 건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각자 살아내고 있음을 보았다. 그들의 삶에 맞게. 주위가 북적거리는 틈에도 여전히 나 홀로 고요함이 흘렀지만, 생각과 마음은 이곳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새로운 감정이었다.
오사카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메뉴들과 들러야 하는 곳들을 주-욱 늘어놓고 계획을 세웠다. 3박 4일 동안 이 모든 걸 해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단 걸 둘째 날에야 알았다. 언제 또 올까 싶어 욕심을 좀 부릴까 했지만, 계획을 조금 바꿔 내가 더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정처 없이 걸었다. 나의 나침반이 되어 주었던 구글 지도를 과감히 끄고 발길이 이끄는 곳으로 천천히 걸었다. 내 발끝도 한 번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도 보고 전혀 모르겠는 간판들의 글씨도 구경했다. 그렇게 마냥 걷다 보니 나중엔 사람들의 표정도 보이고 간판마다 쓰여 있는 낯익은 글씨들을 보며 같은 글자 맞추는 게임도 했다. 거리에서 만난 모든 사람과, 눈 마주치는 모든 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었지만, 마음만 그렇게 하기로 했다.
걷다 보니 자그마한 동네를 만났다.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바람개비가 바람에 돌돌 돌아가고 있었는데 왠지 나에게 반갑게 손 흔들어 주는 것만 같아 돌돌 돌아가는 바람개비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반겨주는 이가 있다는 게 이렇게 반가울 수가! 사람은 혼자일 수 없나 보다. 요 작은 동네의 골목 골목은 나름 아기자기했다. 가는 곳곳마다 막무가내로 예뻤다. 자전거 한 대가 내 옆을 도르륵 지나가는데 바퀴가 땅에 닿아 굴러가는 소리가 꼭 일본다웠다. 그리고 혼자 피식 웃었다. 일본다운 소리가 뭐지 싶어서. 풉!
여행이 주는 마법은 그들의 일상이 나에겐 특별함이 되는 법.
이날 나는 골목에서 행복을 만났다. 우연히.
고작 3박 4일, 짧고 작게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에서 인생을 배운다고 한다면 너무 큰 수식일까. 남들이 했던 것들을 따라 할 때는 몰랐던 행복이 남들 가지 않는 길을 갈 때 비로소 느낄 수 있었던 건 어쩌면 내가 그늘에서 홀로 노래하고 있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똑 닮았다기보다는 어렴풋이 비슷하다. 이렇게 해야 유명해질 수 있고, 저렇게 해야 더 잘 될 수 있다는 루트들. 그것들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나의 행복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오롯이 내가 반영되어 노래하는 작은 이 자리기 때문에.
그리고 여행의 마지막 날.
서울로 가는 비행기 시간이 이른 탓에 서둘러 호텔에서 나왔다. 그렇게 역으로 가는 길에 몇 번이나 눈물을 참았는지. 공항에서는 기어코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나도 내가 콧물을 훌쩍이면서까지 우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 맞다. 나는 너무 마음을 쉽게 주는, 무작정 열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쉽게 믿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정이 많은 탓이려나. 한 번 마음을 주면 너무 크게 주는 나머지 오히려 아프고 손해 볼 때가 많다. 사랑 앞에서는 마냥 약자. 가끔은 이런 내가 억울해서 '이러지 말아야지.' 하는데도 그게 잘 안 된다. 그러나 하나님의 성품, 아파도 사랑, 죽는 한이 있더라도 사랑. 이것을 생각하면 아프더라도 더 마음 줘야지, 더 사랑해야지 선택한다.
비행기 안에서도 흐르는 눈물을 휴지로 막아 봐도, 눈꺼풀로 잘라도 좀처럼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한참을 울다 생각해보니 내가 마음을 다 주고 활짝 열었던 것이었구나. 이게 문제였다. 나는 어쩌자고 또 마음을 준 걸까. 짧은 3박 4일, 일본에서의 순간순간을 사랑했다. 아주 많이, 아주 충실히, 열렬히도.
상사병(여행기록) (Inst.)LRC歌词
作曲 : 조영민
3박 4일 여행 일지. [상사병, 잠 못 이루는 밤]
요란하게 구르는 케리어 바퀴 소리가 꼭 들뜬 내 마음 같다. 어디서 그렇게 시끄러운가 했더니 마음이었다. 괜히 들킨 것 같아 재빨리 어른스러운 척을 했다. 그렇게 여행이 시작됐다.
공항이 주는 설렘이 있다. 이곳은 늘 설렌다. 비행기와 여행, 외국이라는 단어가 주는 떨림은 도저히 표현할 방법이 없다. 아참, 이번 비행에서 가장 떨렸던 순간은 과연 내 옆자리에 누가 앉을 것인가 하는 거였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고 하지 않았나.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는 건 아닌가 하고 살짝 기대했다. 왠지 기분 좋은 이 느낌! 두근두근 발걸음을 옮겨 지정된 좌석을 향해 가는데, 아. 하필 커플이다ㅠㅠ 그래도 비행기를 타고 타지로 가는 기분은 변.함.없.다. 먼 하늘을 가까이서 볼 기회. 그래도 하늘은 아득하기만 하더라.
간사이공항에 도착해서 미리 구매한 라피트 표를 들고 열차를 타러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 내가 일본에 도착한 시간이 퇴근길과 겹쳤다. 대체 어디가 어딘지 몰라 눈, 발, 생각 모든 것들을 정신없이 굴려 날을 세우며 주위를 보니 바쁜 건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각자 살아내고 있음을 보았다. 그들의 삶에 맞게. 주위가 북적거리는 틈에도 여전히 나 홀로 고요함이 흘렀지만, 생각과 마음은 이곳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새로운 감정이었다.
오사카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메뉴들과 들러야 하는 곳들을 주-욱 늘어놓고 계획을 세웠다. 3박 4일 동안 이 모든 걸 해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단 걸 둘째 날에야 알았다. 언제 또 올까 싶어 욕심을 좀 부릴까 했지만, 계획을 조금 바꿔 내가 더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정처 없이 걸었다. 나의 나침반이 되어 주었던 구글 지도를 과감히 끄고 발길이 이끄는 곳으로 천천히 걸었다. 내 발끝도 한 번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도 보고 전혀 모르겠는 간판들의 글씨도 구경했다. 그렇게 마냥 걷다 보니 나중엔 사람들의 표정도 보이고 간판마다 쓰여 있는 낯익은 글씨들을 보며 같은 글자 맞추는 게임도 했다. 거리에서 만난 모든 사람과, 눈 마주치는 모든 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었지만, 마음만 그렇게 하기로 했다.
걷다 보니 자그마한 동네를 만났다.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바람개비가 바람에 돌돌 돌아가고 있었는데 왠지 나에게 반갑게 손 흔들어 주는 것만 같아 돌돌 돌아가는 바람개비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반겨주는 이가 있다는 게 이렇게 반가울 수가! 사람은 혼자일 수 없나 보다. 요 작은 동네의 골목 골목은 나름 아기자기했다. 가는 곳곳마다 막무가내로 예뻤다. 자전거 한 대가 내 옆을 도르륵 지나가는데 바퀴가 땅에 닿아 굴러가는 소리가 꼭 일본다웠다. 그리고 혼자 피식 웃었다. 일본다운 소리가 뭐지 싶어서. 풉!
여행이 주는 마법은 그들의 일상이 나에겐 특별함이 되는 법.
이날 나는 골목에서 행복을 만났다. 우연히.
고작 3박 4일, 짧고 작게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에서 인생을 배운다고 한다면 너무 큰 수식일까. 남들이 했던 것들을 따라 할 때는 몰랐던 행복이 남들 가지 않는 길을 갈 때 비로소 느낄 수 있었던 건 어쩌면 내가 그늘에서 홀로 노래하고 있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똑 닮았다기보다는 어렴풋이 비슷하다. 이렇게 해야 유명해질 수 있고, 저렇게 해야 더 잘 될 수 있다는 루트들. 그것들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나의 행복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오롯이 내가 반영되어 노래하는 작은 이 자리기 때문에.
그리고 여행의 마지막 날.
서울로 가는 비행기 시간이 이른 탓에 서둘러 호텔에서 나왔다. 그렇게 역으로 가는 길에 몇 번이나 눈물을 참았는지. 공항에서는 기어코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나도 내가 콧물을 훌쩍이면서까지 우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 맞다. 나는 너무 마음을 쉽게 주는, 무작정 열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쉽게 믿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정이 많은 탓이려나. 한 번 마음을 주면 너무 크게 주는 나머지 오히려 아프고 손해 볼 때가 많다. 사랑 앞에서는 마냥 약자. 가끔은 이런 내가 억울해서 '이러지 말아야지.' 하는데도 그게 잘 안 된다. 그러나 하나님의 성품, 아파도 사랑, 죽는 한이 있더라도 사랑. 이것을 생각하면 아프더라도 더 마음 줘야지, 더 사랑해야지 선택한다.
비행기 안에서도 흐르는 눈물을 휴지로 막아 봐도, 눈꺼풀로 잘라도 좀처럼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한참을 울다 생각해보니 내가 마음을 다 주고 활짝 열었던 것이었구나. 이게 문제였다. 나는 어쩌자고 또 마음을 준 걸까. 짧은 3박 4일, 일본에서의 순간순간을 사랑했다. 아주 많이, 아주 충실히, 열렬히도.